Special Exhibition


2026 구하우스 특별전   조덕현展  므네모시네 - 기억의 강   2026. 10. 14 ~  11. 29


"The past is never dead. It's not even past."

“과거는 결코 죽지 않는다. 실은 아직 지나간 것도 아니다.”


- 윌리엄 포크너, 『어느 수녀를 위한 진혼곡』(1951)

 


조덕현은 오래된 흑백사진을 연필과 콘테로 캔버스에 옮기는 ‘사진 드로잉’으로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을 현재로 불러온다. 그의 화면에서 사진은 복제의 대상이 아니라 기억을 불러내는 단서다. 전시 제목 ‘므네모시네’는 그리스 신화 속 기억의 여신으로, 망각에 맞서 잊힌 것을 되살리는 힘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 수장가 욱천 진호섭(1905~1951)이 남긴 사진첩에서 시작된다.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그의 사진첩에는 거대한 역사보다 한 가족의 평범한 날들이 남아 있다. 작가는 이를 처음 마주한 순간을 “얼어붙었던 기억의 강물이 녹아 그 물을 들이키는 듯했다”고 회고한다. 사진 속 찰나는 작가의 손을 거쳐 긴 시간으로 되살아나고, 한 가족의 사적인 기억은 관람객이 마주하는 현재의 장면이 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대형 신작 〈Palimpsestus〉는 기억에 대한 질문을 한 걸음 더 밀고 나간다. ‘Palimpsestus’는 기존의 글을 지우고 그 위에 다시 글을 쓴 양피지를 뜻한다. 지워진 흔적 위에 새로운 기록이 겹쳐지듯, 기억 역시 과거를 그대로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고 덧입혀지며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진다. 사진 드로잉이 ‘무엇을 기억하는가’를 향했다면, 〈Palimpsestus〉는 ‘기억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묻는다.

 

한 개인의 컬렉션을 ‘소유가 아니라 공유’의 대상으로 삼아 온 구하우스미술관은 개관 10주년 특별전으로 이 전시를 선보인다. 한 수장가의 가족이 간직했던 날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이제 우리의 기억으로 건너온다.

무엇을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기억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조덕현   Duck Hyun Cho 


1957~, 한국/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