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xhibition


Current Exhibition

27th 기획전 《작은 거인들》구하우스가 찾은 90년대생   2025. 11. 05 ~  2026. 02. 01

ARTIST

유리  Yoori


1994~, 한국/Korea 

ARTWORK

유리, 검은 자국 The Black Mark, 2024, Oil and Colored pencil on canvas, 72.7 x 72.7 cm 

작가는 언어의 한계를 인식하고, 그 틈을 메우는 수단으로써 회화를 탐구한다. 문자 언어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내지 못하듯, 인간의 사고와 감정 또한 언어로 완전히 표현될 수 없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기표와 기의로 구성된 언어 체계의 한계를 넘어, 말로 표현되지 않는 세계를 이미지화한다. 유리에게 회화는 언어의 빈틈을 메우는 또 하나의 감각적 언어이자, 내면과 외부 세계를 잇는 통로다.

 

그의 화면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존재와 상황이 등장한다. 때로는 모호하게, 때로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형상들은 해석을 요구하지만, 완전한 독해는 끝내 실패한다. 작가는 바로 그 ‘해석의 실패’ 지점에서 회화의 본질을 찾는다. 관람자가 언어로 정의하지 못한 채 머무르는 순간, 회화는 문자를 넘어선 감각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그는 시각언어가 문자언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다고 믿으며, 그 간극에서 생겨나는 긴장과 자유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유리의 작업은 회화에서 아티스트 북으로 확장된다. 책이라는 매체가 지닌 ‘연결’과 ‘해체’의 개념을 차용해, 언어와 시각언어의 경계를 실험한다. 문자 대신 이미지를 배치해 읽히지 않는 책을 만들며, 언어의 상징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유리의 회화와 책은 결국 동일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세계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말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