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2000년대부터 주로 '마법의 숲'이나 '코나투스의 숲' '메두사의 숲'처럼 숲 그림 및 신화나 철학의 아우라를 지닌 작업을 선보여 왔다. 이 작품 속 ‘낯선 숲’은 숲이 바다로 이어지고 다시 설산(雪山)으로 이어지는 듯한 모습으로 여러 다른 공간이 조합된 가상의 장소이다. 작가에 의하면 몽환적이면서도 여러 시공간이 존재하는 듯한 이질적 공간은 공익과 절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가치를 우선시하며 희생되고 생략되어 소멸한 차이들이 저장된 곳으로 이성보다 감각이 우선하는 장소이자 '일탈자의 장소'다.
권여현의 작업에는 늘 일탈자가 존재해 왔다. 프로메테우스, 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오필리아등 같이 고대 신화나 철학 속에서 기존의 획일화된 가치를 거부하는 자신만의 선택을 했던 이들은 작가의 중심인물로, 이는 현대의 고착화된 사회 구조에 순응하기를 거부하는 ‘현대의 일탈자’들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현대의 일탈자들은 대항문화의 기수였던 히피(hippie) 스타일의 청년들이나 몸은 성인이지만 아직 동심에 빠진 키덜트 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주류가 아닌 하위문화로 규정되는 것들을 즐기거나 크든 작든 반항적으로 치부되는 일탈 행위를 하는 모습으로 다소 과장되고 부자연스러운 그들의 행동은 현실의 규범 속에서 억압된 현대인의 욕망과 감각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