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xhibition


5th 기획전   허명욱의 옻방   2018. 9. 11 ~ 2019. 1. 20


일상 생활 공간을 닮은 ‘집 같은 미술관’ 구하우스에 <허명욱의 옻방>이 꾸며진다. 전시 <허명욱의 옻방>에서는작가 허명욱의 옻칠 작업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만날 수 있으며, 작업 과정과 작업실 풍경이 고스란히 드러 난다.


허명욱 작가는 오브제, 설치, 평면,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옻칠’로 시간성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시간이 갈수록 채도가 높아지는 옻칠의 특성과 다양한 색의 중첩을 통해 생기는 흔적들을 통해 사물들에 시간을 기록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무제(서랍장)’는 작가가 과거로부터 수집한 빈티지 사물들, 오늘날 생산되어 사용되는 사물들, 그리고 작가가 직접 제작한 작품이 혼재되어 있는 대형 설치 작업이다. 빈 서랍은 다가오는 미래를 위한 것이다. 각각의 시간을 살아온 사물들이 수백개 섞여 있어 쉽게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혼성적 시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수개월동안 옻칠을 올린 평면 작업에서는, 수많은 덫칠의 흔적이 가운데에서 화면을 양분하는 경계로 도드라진다. 관람객은 색상이 겹쳐진 틈으로 시간의 무게를 발견할 수 있다.


7 미터 길이의 대형 평면 작업은 4mm 두께의 자작나무 2 천여개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는 자작나무 스틱에 매일 만드는 그날의 컬러로 옻칠을 입히고 측면에 작업 날짜를 기록한다. 수천개의 작업을 한곳에 모아 대형 페인팅과 같은 형태로 설치하였다. 작가가 공들여 칠하는 수천일의 시간이 작품 속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특별전시장으로 마련된 야외 컨테이너에서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쓰여진 ‘시간을 입은’ 사물들을 만날 수 있다. 노란빛의 나무 용기들은 작가가 옻칠을 하여 성별, 나이, 직업, 생활환경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6 개월간 자유롭게 사용하게 하였다. 이후 각각의 일상생활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되었다가 작가가 이를 다시 모은 것으로, 187개의 일상과 사연의 시간이 배여 다른 컬러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허명욱  Huh Myoung-Wook


1966~, 한국/Korea

작가노트 – 허명욱


‘시간이 만들어 내는 색’

‘시간의 흔적(痕跡, mark)’


흐르는 시간은 흔적을 남긴다. 빛을 잃고, 탁해지고 벗겨져 허물어지는 것. 이것은 인간의 삶과도 흡사하다. 사물들은 제 각자의 흔적을 남기며 늙어가는 것이다.


수집된 연륜(年輪, annual)의 색을 눈으로 담아 현재의 사물인 오브제에 색을 만들어 덧입힌다. 이 사물은 시간을 머금고 다시 흔적을 남길 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한 시간을 담은 흔적이 되어 수십 년 뒤 나의 평면작업의 재료가 되어 줄 것이다.


나의 표현의 행위도 사물의 시간성도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는 것이다. 이 전시는 사물을 통해 과거의 색과 현재의 인위적으로 만든 색의 사이에서 관람객에게 ‘시간성의 혼돈(混沌, chaos)’의 질문을 던지고자 유도한다.


사물은 우리에게 이해되는 방식(方式. Formula)이 있다. 나는 색으로 시간을 버텨 낸 사물과 앞으로 버텨 낼 사물사이에서 관람객이 사유(思惟, thinking)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