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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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th 기획전   지구생활 보고서   2020. 5. 20 ~ 2020. 10. 4

ARTIST

게리 흄   Gary Hume

영국 현대미술계의 실험적 작가군 ‘yBa’의 멤버로 활동한 게리 흄은 구상적이면서도, 디테일이 제거되고 단순화된 미니멀 페인팅(Minimalist paintings)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작가는 자신이 “이미지에서 항상 무언가를 제거해 간소화하려는 이유는 아마 아버지의 부재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며, “어떤 부재는 존재보다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라고 한다. 보수적인 회화의 관행을 벗어나고자 했던 작가는 알루미늄 판넬과 가정용 유광 페인트를 사용하기도 하며, 자신의 작업을 ‘페인팅’이 아닌 ‘픽처 메이킹(Picture making)’이라 칭한다.

ARTWORK

Gary Hume, Vicious, 2010, Silkscreen printed on paper, 89 × 75 cm

이 작품은 세계적인 록 뮤지션인 루 리드(Lou Reed)의 노래 ‘Vicious(공격적인)’에서 영감을 받았다. 특히 작가는 노래의 도입부 가사인 ‘You hit me with a flower(너는 꽃으로 나를 때렸다)’에 주목했다. 흄은 선명한 색의 꽃들의 배경에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 동상의 실루엣을 겹쳐, 폭력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을 제기한다. 이는 파시즘 체제의 예술적 선전을 위한 무솔리니의 문화정책과 전쟁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꽃으로 저항한 비폭력 시위 ‘플라워 파워(Flower power)’를 연상시킨다.

Gary Hume, Nature Dreamer, 1992, Gloss household paint on wood panel, in four parts, Left to Right: 52.4 × 37 cm / 57.2 × 42.5 cm / 62.3 × 38.2 cm / 55.8 × 45.7 cm

작가는 1988년 <Mint Green Doors I-III>을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꾸준히 ‘도어 페인팅 (Door paintings)’ 작업을 한 바 있다. <도어 페인팅>의 시작은 성 바톨로뮤 병원(St Bartholomew's Hospital)의 건물 문들의 크기를 직접 줄자로 측정한 후 견본을 만들어 작업한 것이다. 흄은 개인적 선택이 개입하지 않은 공공건물에 사용된 색을 재현하기 위해 가정용 유광 페인트를 사용했다. 이에 관해 작가는 “병원에서 나는 작가가 아니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일개 병원 방문객이다. 내 작품이 이렇게 대중적이고 평등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작가는 작품의 빛나는 페인트의 표면을 피부에 칠해진 화장과 연결하며 ‘진짜 표면은 무엇이며, 상상된 표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 역시 그의 도어페인팅 연작으로 표면들의 차이에 관한 관심을 문과 창문이라는 공간의 경계면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경계의 표면은 소통의 가능성을 제공하는데, 작품 제목 <Nature Dreamer 천성적 몽상가>처럼 작가는 표면과 내면, 내외부의 경계에서 그 너머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