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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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th 기획전   지구생활 보고서   2020. 5. 20 ~ 2020. 10. 4

ARTIST

권오상   Osang Gwon

권오상은 사진을 오려 붙여 입체적인 조각을 구성하는 이른바 '사진 조각'으로 조각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ARTWORK

1998년 초부터 시작된 ‘데오도란트 타입 Deodorant Type’은 그의 연작 중 가장 오래되고 널리 알려진 작업이다. 이 시리즈는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을 잘라 스티로폼에 붙여 형상을 만드는 작업이다. 대상의 포즈와 광고 같은 효과는 현시대의 생활상을 대변하며 이미지가 실재를 대신할 수 있다는 현대 이미지의 속성을 절묘하게 패러디한다.


‘데오도란트’는 사람의 체취를 완화하는 용품으로 냄새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보다는 다른 향으로 바꾼다. 이는 작가의 ‘사진 조각’의 속성과 유사하다. 사진으로 대상을 포착하지만, 그 포착한 이미지가 사진 조각이 되면서 본래 대상과는 살짝 다른 것이 만들어진다.


시각과 물질성, 실재와 재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주변 지인들과 동물들의 흉상으로 제작한 사진 조각인 ‘버스트 Bust’ 연작에서도 이어진다. 작가는 동물과 인물의 이미지를 수십장의 사진이 물성을 획득하여 입체로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재구성한다. 이 중 인물 작품은 시대의 표상인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전시 '청년의 초상'(2019)에 전시된 바 있다. 그리고 동물들도 마치 인물 조각처럼 표현한 것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매스패턴스 Masspatterns’ 시리즈는 이전의 ‘데오도란트 타입’과는 다르게 사진 조각 사이에 실제의 오브제들이 불규칙적으로 들어가 쉽게 이들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매스(Mass 덩어리) 패턴(Patterns)은 사진 조각이지만, 이전 사진 조각 작업처럼 미술사에 도상학적으로 나타나는 구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즉흥적으로 작가 의도에 의해 덩어리들로 뭉쳐져 새로운 형태가 된다. 사진을 통한 재현과 실제 오브제의 조합은 재현과 실재 사이의 오브제 쌓기 방식을 통해 둘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다.

권오상, Relief 5, 2016, print on wood, 215.5 x 125 x 6 cm

권오상의 ‘릴리프 Relief’ 시리즈는 세계의 모든 물건들과 이미지는 그것이 입체적이든 평면적이든 혹은 실제의 것이든 가상의 것이든 모두 어떠한 형태로도 조형적 조합이 가능하다는 그의 작업 방식을 토대로 한다.


‘릴리프’ 연작에서 이전 작업과 다르게 눈에 띄는 것은, 평면적 이미지가 물성을 획득하면서 가지고 있던 윤곽선이 드러나는 점이다. 그는 이미지를 중첩시켜 배치함으로써 개별 이미지의 물질성을 강조하면서도, 전체 이미지의 윤곽선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생산한다. 이는 다양한 소통과 활동으로 소수의 의견들이 집단으로 결합과 해체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그 모습을 바꾸어 가는 동시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현대 사회의 모습으로,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끝없이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동시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