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홍성준   Seong Joon Hong

1987~, 한국/Korea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의 회화과를 졸업하였다. 촬영으로 포착한 이미지를 회화로 재현하는 작업으로 제3자의 시선을 탐구하던 작가는 자신의 부재를 발견한 후, 일체의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회화의 물성과 특성에 집중한 작업을 하고 있다.

회화의 기초 재료인 물감을 한 겹 한 겹 쌓고 말리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두고 회화를 대하는 태도에 집중하였다. 회화만이 가진 표면의 질감과 촉각성에 대한 고민을 담아낸 작품이 ‘레이어(Layer)’ 시리즈이다.

ARTWORK

홍성준, Layers of the Air 1 (Skin), 2022, 162.2×97cm, acrylic on canvas

레이어 연작의 또 다른 특징은 ‘트릭아트’와 같은 시각적 환영이다. 작가는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캔버스에 물감을 고르게 도포하고 그림자와 명암을 상세히 표현하여 매우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풍경을 재현한다. 하지만 회화는 결국 평면을 덮고 있는 물감의 흔적, 즉 환상(illusion)인 것이다.

화면 중앙의 ‘skin’이라는 단어는 물감을 겹겹이 올려 새긴 것으로, 실제와 같은 하늘 이미지가 회화로 재현된 표피(skin)임을 확인시켜주는 이정표이다. 작가는 회화가 현실의 환영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제시하면서도 속임수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장치를 삽입하였다. 또한 회화의 재료와 일체가 되어 겹을 집적하는 작가의 태도는 캔버스 뒷면까지 채색함으로써 아래의 겹까지 층위를 확장시킨다.

작품에 등장하는 풍경들은 작가가 직접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방대한 양의 사진을 찍는 작가는 이미지를 돌려보며 회화 작업을 위해 선별한다. 선명한 기억은 레이어의 앞부분에, 흐릿한 기억은 단순한 색으로 표현한다. 즉 카메라로 담은 여러 시간의 궤적을 하나의 작품 안에 응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하늘, 깊이감을 갖는 빛과 물은 얇은 색면으로의 회화의 정체성을 대조적으로 드러낸다. 모퉁이가 접히거나 겹쳐진 모습과 그림자도 평평한 캔버스에 안료로 재현한 눈속임이다. 회화의 근본재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뤄낸 결과를 빛과 물, 그리고 하늘이라는 근원적 형상에 대한 서사와 함께 한 장의 종이처럼 제시하고 있다.

홍성준, Study Layers 29, 2022, paper, acrylic on canvas, 91×72.6cm

이 작품은 <Study Layers> 연작에서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에어브러시로 곱게 그려진 ‘그림자로 인한 시각적 환영’이 잘 나타나있다. 평면 위에 물감을 얹어 나가는 화가의 태도를 시각화한 얇게 표현된 단순한 색면은 회화의 평면성을 보여주고, 색면이 겹치거나 모퉁이가 접힌 형태와 그림자는 입체감을 준다. 평평한 캔버스에 안료를 도포하고 색면을 쌓아올려 레이어의 부피와 질감을 시각적 환영으로 연출한 것이다.